엊저녁에 운동 끝나고 집에 오는데
고양이 한 마리가 차 밑에서 구슬프게 울고 있는거야
무심코 야옹아~불렀는데 기다렸단 듯 쪼르르 나와서
머리통 박치기하고 골골송 부르며 배 뒤집고
난리난리 그런 난리가 없었어;;
지나가던 사람들이 키우는 고양이냐고 물어볼 정도...
근처 세탁소 사장님이 나와서 보더니 그저께부터
길에 보이는 아이인데 어제 사장님이 김밥을 주셨대
이 동네는 길고양이가 많이 살아서 거의 아기때부터
다들 안면있는데 얜 완전 처음 보는 애였어.
한 9개월 정도 되어보이는데 완전 애기짓을 하더라
앞발 눌러서 발톱 길이 보고 입 들춰서 이빨 봐도
얌전한 게 누가 봐도 집에서 살던 애야.
좀 고민하다가 날 추운데
길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애도 아닌 듯하고
혹시 주인이 잃어버렸을지도 모르니까
일단 데려가서 공고를 올려보고 못 찾으면
내가 키워야겠다고 생각했어.
나는 결혼 전에 가족들이랑 고양이를 키웠거든.
엄마가 절대 못 준다고 해서 친정에 두고 왔지만 ㅎㅎ
그리고 집에 데려와서 목욕시켰는데 울긴 하지만
발톱도 안 빼고 얌전하더라.
한 시도 사람한테서 안 떨어지려고 하고...
이런 순딩이가 어쩌다 집을 나왔을까 했는데
하루 같이 자고 알았지 뭐야.
발정이 와서 밤새도록 목청껏 울었어.
어쩐지 자꾸 엉덩이를 치켜들고 보여주더라니.
암컷냥이 중성화도 안 시켜주고 1년이 다 될 때까지
그냥 키우다가 발정 와서 밤새 우니까 내다 버린 거 같아.
포인핸드랑 유기동물공고 다 뒤져봐도 비슷한
고양이를 잃어버렸다는 얘기도 없다.
침실에서 밤새 울다가 내가 아침에 일어나서
씻으러 가면서 침실 밖으로 데려가려고 손짓하니까
머뭇거리면서 눈치 보고 뒷걸음질 쳐
뭔가 쫓겨난 기억이 있는 것 같아...
왜 동물을 기본 상식도 없이 기르다 버리는 걸까.
오늘 남편이 동물병원 데려가서 지금 항체검사
결과 기다리는 중이래.
일단은 입양 보내기 시도해보려는데 잘 될지 모르겠다.
중성화까지는 시켜줘야겠지??
고양이는 너무 예쁜데 착잡한 하루야...
사진은 엊저녁 데려오자마자 찍은 거야!
사람을 너무너무 좋아해...